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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빌라 월세화 가속에 집주인들 ‘역전세’ 악화 본문
출처-문화일보
서울 빌라 월세화 가속에 집주인들 ‘역전세’ 악화
빌라 전세가율 역대 최저 한국부동산원 임대차 시장 사이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지역 연립·다세대(빌라)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평균 68.5%로, 지난해 8월 부동산원이 전세가율 집계를 공개하기 시작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지난 21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 임대차 시장 수급 불균형 심각
3년새 전세 70.8% → 53.1%
월세는 29.2% → 46.9% 급증
전세 내놔도 문의 전혀 없어
전세사기 등 여파에 기피현상
“3주 전에 전세를 내놨는데 문의 전화 한 통이 없어요. 부동산에선 월세로 바꿔야 나간다고 하는데, 그러면 이전 세입자에게 목돈 4400만 원을 내줘야 해서 큰일입니다.”
이달 초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빌라를 전세 물건으로 내놓은 집주인 A 씨는 속이 타들어 간다. A 씨는 매매 시세 대비 전세보증금 비중이 60%밖에 되지 않고, 주변 시세보다도 보증금이 저렴해 세입자를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A 씨는 “부동산에선 요새 다들 월세만 찾는다면서, 전세보증금을 5000만 원 정도 낮추고 월세 25만 원 반전세로 다시 내놓아 보자고 한다”며 “이렇게 변경하면 이사를 나가는 이전 세입자에게 돌려줄 돈이 모자라게 돼서, 급히 대출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봄 이사 철이 다가오는 가운데 서민 주택인 다세대, 연립 등 빌라 임대차 시장이 전세 사기 사태 여파로 유례없는 지각 변동을 겪고 있다. 빌라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해지고, 전세 보증금 하락이 맞물리면서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피해를 겪는 상황이다.
22일 문화일보가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에서 제공받은 서울 빌라 전·월세 거래량 및 거래비중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이후 빌라 임대차 시장은 전세 거래 비중이 줄곧 60∼70%대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53.1%로 급감했다.
임차인들은 전세 사기 위험을 피하기 위해 반전세로의 전환을 선택하면서 월세 부담을 지게 됐다. 빌라 소유주들은 수백만∼수천만 원의 역전세를 감당해야 한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에 따르면 올해 갱신 예정인 수도권 빌라 전세 계약의 66%는 동일 보증금으로 전세보증에 가입할 수 없다. 집토스는 오는 3월 발표예정인 공동주택가격이 지난해보다 10% 하락할 경우, 수도권에서 전세보증에 가입 불가능한 갱신 계약이 77%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역전세난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계약이 끝난 임차인들이 전세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4만5445건(집합건물 기준)으로 전년의 3.8배에 달했다. 또 대법원이 지난 2010년 임차권등기명령 건수를 공개한 이후 역대 최다 신청 건수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만4787건으로 전국 최다였다.
역전세에 대한 불안감과 고금리 장기화 속에 빌라의 월세화 현상은 올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 역전세난의 정점을 찍고 이제는 상승 국면으로 진입한 아파트 전세와 달리, 빌라는 전세 기피 현상이 상당 기간 더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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