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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록] "이주 4% 남았는데" 은평 갈현1구역, 학교 부지 문제 진땀

부동산플래너(02-304-3137) 2023. 8. 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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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록] "이주 4% 남았는데" 은평 갈현1구역, 학교 부지 문제 진땀

 

"삽만 뜨면 되는 줄 알았더니" 초등학교 부지·현금청산자에 발목

[정비록]은 '도시정비사업 기록'의 줄임말입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해당 조합과 지역 주민들은 물론, 건설업계에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도시정비계획은 신규 분양을 위한 사업 투자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방향성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현장을 직접 찾아 낡은 집을 새집으로 바꿔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이주 진행 중인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 사업지의 모습. 이주를 마친 빈집에 표시를 해뒀다./사진=정영희 기자

흔히 재개발이나 재건축 등의 정비사업에선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으면 '8부 능선'을 넘었다고 한다. 새 아파트를 올린 후 건물과 대지에 대한 조합원의 자산 배분 등을 확정하는 그야말로 막바지 단계여서다. 그럼에도 이주나 철거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해 물 흐르듯 원활한 사업 진행을 꿈꾸던 조합원들의 마음을 초조하게 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

서울 은평구 갈현동 300번지 일대 갈현1구역이 이 같은 사업지 중 한 곳이다. 지난 7월31일 찾은 이 곳은 현재 이주가 대부분 진행돼 썰렁했다. 인적이 끊긴 지 오래돼 보이는 주택 대문엔 빈집임을 알리는 공고문이 자리했다. 일부 주택에선 라커 스프레이로 적힌 '가스, 전기 X'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혹시 모를 범죄를 막기 위해 조합이 붙여놓은 '출입금지' 경고문도 보였다.

갈현1구역은 오래된 저층 다세대·연립주택이 많아 30년 전부터 재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되던 동네다. 2011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됐고 4년 후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이어 지난해 5월 관리처분계획인가 승인이 났으며 현재 이주가 96% 이상 진행됐다.

이 지역 재개발 사업이 눈길을 끄는 건 대상지 자체가 넓고 교통 호재가 있어서다. 사업지 면적은 23만8966.9㎡로 대지면적만 17만5863.9㎡에 이른다. 최고 22층 아파트 4116가구(임대 620가구)의 대단지가 들어선다. 조합원 물량은 2905가구, 일반분양은 555가구로 각각 정해졌다. 서울지하철 3·6호선 환승역인 연신내역이 걸어서 7~1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 정차가 예정돼 있어 내년 준공 시 삼성역까지 10분이면 도착하는 등 강남 업무지구까지의 접근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철거를 앞둔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 사업지의 모습./사진=정영희 기자

 

'시공사 교체' 넘고 착공하나 했더니 사업비가 말썽


 

이주 단계에 진입하기까지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2019년 시공사 선정 당시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이 후보로 올랐다. 하지만 입찰제안서 작성 과정에서 현대건설이 변경도면을 누락하고 담보를 초과한 이주비를 제안한 사실이 드러났다. 갈현1구역 주택재개발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즉시 현대건설의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 무효화를 결의한 데 이어 사업 지연의 책임을 물어 1000억원의 입찰보증금도 반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대건설은 이에 반발, 법원에 입찰 무효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기각당했다. 결국 소송전이 벌어졌고 2020년 법원은 조합이 현대건설에 600억원을 지급하되 현대건설은 입찰 관련 분쟁을 중단하고 양측 모두 동일한 내용으로의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조정 결정을 통보했다. 양 당사자가 이를 받아들이며 사태는 일단락됐다. 조합은 곧바로 새 시공사를 찾아나섰으나 연이은 유찰을 겪고 수의계약으로 전환, 공사비 9200여억원에 롯데건설과 손을 잡았다.

당시 롯데건설은 중도금 등 금융비용을 전액 조합원 입주 후에 돌려받는 '입주 시 전액완불제' 조건을 걸었다. 통상 정비사업에선 계약금-중도금-잔금 등의 순서로 공사비를 납부하는데 나중에 중도금과 잔금을 한꺼번에 지급하도록 해 조합원 비용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다.

재개발이 진행 중인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은 현재 96% 이상 이주가 진행됐다./사진=정영희 기자

이 조건이 사업의 발목을 잡을 뻔했다. 지난 6월 조합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사업비 대출보증 승인을 요청했으나 보완이 필요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대로 공사를 진행하면 1조원에 달하는 공사비를 롯데건설 혼자 짊어져야 하는 데다 일반분양분도 전체 가구의 20%가량으로 적은 편이어서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사업비 대출보증이란 조합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이주비, 부담금, 사업비 등 필요 자금을 조달할 때 이용하는 상품이다. HUG가 금융기관에 대출 원리금 상환을 책임지는 구조다. 정비사업 진행 시 필수로 거쳐야 하는 과정은 아니지만 다수의 금융기관이 조합에 대출을 해줄 때 HUG의 보증을 조건으로 걸고 있다. 대신 금리를 1%가량 인하해주곤 한다.

HUG 관계자는 "갈현1구역 일반분양 비율로 전체 사업을 끌고 가야 하는 상황인데 지속 가능성이 희박해 보여 잔금 구조를 바꾸라고 제안한 것"이라며 "요즘엔 입주 후 대금 전액을 지급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사업지도 많지 않을뿐더러 그렇게 진행하는 곳은 일반분양분으로 충분히 자금을 충당할 수 있는 사업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은 HUG의 보완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미분양이 날 만한 입지가 아닌데다 철거만 남겨둔 상황이라 일반분양으로 인한 수익을 빠른 시일 내에 볼 수 있는데 이제 와서 조합원에게 중도금을 내라고 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지난달 직접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지급보증에 나서 사업비 조달에 성공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HUG 보증을 포기하는 과정에서 금융기관과 논의를 하는 데 다소 시간이 소요됐다"며 "현재로선 사업 지연에 대한 우려는 없다"고 설명했다.

"중도금 내도 좋으니 입주만 밀리지 않게 해달라"던 조합원들도 사업비 조달 소식에 한시름 놓은 모습이다. 지난해 하반기 재무 건전성 악화로 홍역을 치렀던 롯데건설도 올들어 부채 관리에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조합원 우려를 덜어줬다. 롯데건설의 올 1분기 말(연결 기준) 부채총계와 부채비율은 6조522억원과 227.5%로 지난해 말(6조9537억원, 264.8%)보다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현금성 자산은 5980억원에서 2조1660억원으로 3배 이상 뛰었다.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 주택재개발사업조합 사무실 전경./사진=정영희 기자

 

'초품아' 포기했던 조합, 돌연 정비계획 변경 철회한 이유


 

그럼에도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남았다. 조합은 지난 5월 은평구청에 해체하기로 한 학교용지 정비계획 변경을 중지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2017년 건축심의와 교육청 지침에 따라 7752㎡의 학교 부지를 확보, '초품아'(초등학교 품은 아파트)로 거듭날 것으로 봤지만 서부교육지원청 입장은 달랐다. 교육부의 교부 기준대로 36개 학급으로 구성된 초등학교를 건립하려면 최소 1만4220㎡가 필요하다고 통지한 것. 여기에 학령인구 감소 추세와 인근에 위치한 다른 학교 수를 감안할 때 추가 면적을 확보하더라도 심사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 사업 지연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왔다.

조합은 '초품아' 추진으로 인한 단지 가치 상승과 빠른 재개발 진행 중에서 고심했다. 결국 일부 조합원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난해 초 대의원회에서 90%가 넘는 찬성률을 보이며 학교용지 해체가 최종 결정됐다. 속도전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셈. 조합은 그 자리에 아파트 300가구를 더 짓는 방향으로의 정비계획 변경을 추진했지만 구청과 시청 등 30개의 관계기관은 인라인 스케이트장과 실내체육시설 건립을 제시했다.

조합 측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조합원 부담들 덜기 위해 학교용지를 해체하는 대신 가구 수를 늘리려고 한 것이어서 구청 의견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대로 정비계획을 수정한다면 철거가 코앞인 상황에서 사업이 지연될 수 있고 이에 따른 조합원 불만도 상당할 것"이라며 정비계획 수정 보류의 뜻을 전했다.

구청 관계자는 "현재로선 다시 학교 부지로 활용하긴 힘든 상황이어서 이미 조합 측에 용도 변경은 불가피하다고 전달했다"며 "조합에서 새로운 변경안을 마련해 조합원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 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 내 건물에 현금청산자 비상대책위원회가 걸어둔 현수막이 보인다./사진=정영희 기자

현금청산자와의 갈등도 현재진행형이다.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한 현금청산자들은 "강제수용을 결사반대한다", "꼼수 보상으로 무마할 생각 말고 제대로 된 이주 정책과 보상방안을 마련하라"고 조합에 요구하고 있다. 재개발 사업 도중 조합원이 분양신청을 하지 않거나 철회해 현금청산대상자가 되는 경우가 있다. 조합원 소유였던 땅은 '토지보상법'에 따라 강제수용 절차를 거친 뒤 조합으로 소유권이 이전된다.
해당 토지나 건축물에 대한 감정평가사의 평가를 바탕으로 조합과 현금청산자 사이 손실보상금에 관한 협의가 진행된다. 다수의 현금청산자는 생각보다 금액이 적다는 이유로 협의에 응하지 않곤 한다. 이런 경우 수용재결을 활용한다.

조합이 수용재결을 신청하면 지방토지수용위원회(이하 '지토위')는 2명의 감정평가사에게 토지, 건축물 등의 평가를 의뢰한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수용재결 결정이 나면 조합은 수용개시일까지 현금청산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거나 공탁해야 하며 수용개시일에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본다.

갈현1구역 조합 측은 "이미 지토위를 거치고 공탁까지 마친 상태여서 사업이 지연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금청산자들이 수용재결에 대한 이의를 신청하거나 행정소송을 진행할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주거 이전비를 포함한 손실보상금 전액이 공탁 완료됐더라도 이주를 하는 건 또 다른 문제인 만큼 만약 이들이 이사를 나가지 않고 버틴다면 별도의 명도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법원에서 집행권원을 받았어도 기존 소유자가 못 나가겠다고 무작정 버티면 무력 등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주가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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